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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총정리

by 비케이퀀트 2023. 3. 13.

미국 산타클라라 실리콘밸리에서 혁신 스타트업을 키워낸 은행으로 유명했던 실리콘밸리 은행(Silicon Valley Bank)이 파산했습니다.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총 자산 약 2090억 달러를 보유한 미국 내 16번째 규모의 은행이었는데요. 역대 파산 은행 중 2위의 규모였습니다. 미 당국은 이 위기가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조치 중인데요. 이 사태의 원인, 여파, 조치, 예금자보호, 향후 기준금리, 국내외 은행 및 국민연금 영향에 대해 전반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개요

SVB는 주로 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에 대출을 해주고 이들 기업의 예금을 유치하는 형태로 성장해 온 은행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은 혁신 모델로 주목받으며 대형은행에서도 벤치마킹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40년간 쌓아온 혁신의 이력은 단 36시간 만에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원인

실리콘밸리 은행은 스타트업 전문 은행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코로나 이후 막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이 받은 투자금액을 예금자산으로 확보하고, 이를 미국 장기채에 투자해 수익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시장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금리가 높아지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들이 부족한 자금조달을 위해 예금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SVB의 입장에서는 금리가 높아지면서 장기채 투자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데, (채권은 금리가 높아지면 가격이 떨어지게 됨)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하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손실을 감수하면서 예금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점점 더 손실이 커지자 결국 SVB는 자금 확보를 위해 신주발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 때문에 SVB의 재무상태가 부실해졌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 나갔습니다. 불안에 휩싸인 고객들은 스마트폰으로 더 많이 더 빠르게 인출을 신청하게 됐고요. 결국 뱅크런 사태가 발발해 파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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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파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은 2008년 리먼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은행인 시그니처 은행이 폐쇄되었는데요. 이는 실버게이트 은행의 자진청산, 실리콘밸리은행 폐쇄에 이은 세 번째 은행 붕괴였습니다. 특히 시그니처 은행은 암호화폐 업계의 주요 은행으로 알려져 가상화폐 시장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 연방예금보험이 한 은행 계좌당 최대 25만달러(약 3억 2932만 원)까지 보호해 주는 예금자보호 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등 기관들을 주로 상대하는 실리콘밸리 은행의 경우 전체 예금의 90%에 이르는 자금이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상황이라 기업 연계도산 및 금융 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큽니다.

 

 

조치

미국 정부당국은 빠른 수습을 위해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의 영업을 중지시키고 예금보험공사(FDIC)는 예금 보호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발표한 성명에 따라면 주요 조치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다만 실리콘밸리은행의 주식, 채권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SVB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 미국 예금자보호 한도는 25만 달러이지만, 이번 조치는 보험 대상 여부와 무관하게 예금은 모두 보증하는 것. 참고로 우리나라 예금자보호 한도는 23년째 5000만 원.
  • 3개 기관은 이번 조치에 따라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으며 SVB의 손실과 관련해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또한 연준은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를 통해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담보를 내놓는 은행, 저축조합, 신용조합 등 금융기관에 1년간 자금을 대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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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영향 (국내 은행 및 국민연금)

미 정부당국은 SVB를 위한 별도의 구제금융은 없으며 매각에 따른 통합을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기본적으로 연준의 기준금리 고공행진이 SVB 파산 및 연쇄위기를 불러왔다는 분석 때문에 추후 기준금리 인상 보폭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과연 빅스텝이 완화될까요?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이번 사태가 대규모 금융 위기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규모 은행이나 벤처캐피털 산업 등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래 코멘트들 참고해 보시죠.

 

  • 모건 스탠리는 "SVB 폐쇄는 개별 은행의 자금 운용 문제일 뿐 은행권 전체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블룸버그는 "SVB의 총자산이 JP모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쳐 은행 위기를 촉발할 만큼의 규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S&P는 "지방 소형은행과 2년 내 설립된 소규모 신설은행의 경우 대형은행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렵고, 대부분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 마켓워치도 "보유 채권의 미실현 손실이 큰 것으로 파악되는 10개 은행들 중 비교적 자산이 큰 퍼스트 리퍼블릭, 앨라이 파이낸셜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CNBC는 "벤처캐피털 산업에 부정적 영향 있을 것"이라며 "지난해 30% 이상 급감한 벤처캐피털 딜은 올해도 기업공개(IPO) 위축, 밸류에이션 하락 등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은행의 경우에는 주로 대출을 활용해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격차)으로 수익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SVB와 같은 위기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코로나 시기 늘어난 수신 금액을 고스란히 대출에 활용한 셈인데요. 국내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해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전통적인 이자 장사에 치중한 점이 금리 상승기 투자 리스크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하네요.

 

한편, 국민연금은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속한 SVB 금융그룹의 주식을 지난해 말 기준 10만 795주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천320만 달러, 약 300억 원 규모입니다. 현재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그 가치가 반토막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홈페이지에 공시된 2021년 말 기준 SVB 금융그룹 주식 투자 평가액은 3천624억 원으로, 이 수치는 직접운용과 위탁운용이 모두 포함된 기금 전체 투자규모라고 하네요.

 

미국 당국이 예금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언급하며 예금자 보호 조치를 발표했지만, 주식 및 채권은 보증범위에서 제외되어 향후 새로운 도화선이 될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국민연금도 이 도화선에 같이 연결되어 있는 걸로 보입니다.

 

마무리

미 정부당국이 빠르게 진화에 나섰지만,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직은 장담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부디 금융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기 전에 이 사태가 잘 마무리 되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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